협동로봇: 왜 공장은 이제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는가

cobots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공장에54만 2,000대의 산업용 로봇이 설치됐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수치는 따로 있습니다. 그중 6만 4,542대는 펜스 안이 아니라 사람 옆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협동로봇이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새로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 9대 중 약 1대가 협동로봇(코봇)이며, Interact Analysis는 2030년까지 연간 출하량이 약 12만 9,00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수십 년 동안 산업용 로봇의 기본 원칙은 ‘분리’였습니다. 로봇은 빠르고 힘이 세지만 주변 환경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펜스와 안전 장벽 뒤에서 일했습니다. 협동로봇은 이러한 장벽을 없애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공장의 레이아웃만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화의 역할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코봇은 이미 2019년 Industrial Summit 에서 소개되었고, Top Tech Trends for 2026포스팅에서는 대규모 행동 모델(Large Action Models, LAM)이 “사람과 나란히 일하는 엣지 AI 기반 코봇의 본격적인 확산”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T의 글로벌 Smart Industrials 부문을 이끄는 Allan Lagasca는 지난 2월 E&T Magazine을 통해 이러한 전망을 공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Infographic korean KOREAN

무엇이 로봇을 협동형으로 만드는가?

협동로봇(코봇)은 물리적 안전장벽 없이 사람과 작업 공간을 안전하게 공유하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입니다. 힘 제한, 환경 센싱, 실시간 제어를 결합해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고 이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작업 현장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기존 로봇은 통제된 공간에서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행하지만, 코봇은 사람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고, 지나갈 때마다 상황이 달라지는 공간에서 작동합니다. 이러한 차이 하나가 로봇 내부의 거의 모든 엔지니어링 설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우리가 센싱, 제어, 안전을 세 가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로 다루는 이유입니다.

코봇이고, 지금인가?

“코봇은 구체화된 AI(Embodied AI), 즉 ‘피지컬’ AI가 대규모로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 중 하나입니다.  센싱, 컴퓨팅, 모션, 전력 관리 기술을 결합해 산업 시스템이 실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합니다.”


— Allan Lagasca, Smart Industrials, Robotics Worldwide Leader, STMicroelectronics (E&T Magazine 기고문 중)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출발점은 인력, 보다 정확히는 인력 부족입니다. Deloitte와 The Manufacturing Institute는 미국 제조업만 해도 2033년까지 38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고 그중 약 190만 개의 일자리가 충원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코봇은 기업이 구하지 못하는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인력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은 인구구조 변화라는 도전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숙련된 작업자는 은퇴하고, 기술 인력은 귀해지고,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고도 생산성은 올라가야 합니다. 코봇은 공장에 이미 있는 작업자의 역량을 보강하고, 이들이 보유한 공정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대규모 공장 개조 없이 생산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력 부족은 협동로봇의 확산을 이끄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비전과 센싱 기술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비용은 낮아지고 있고, 프로그래밍과 기술 도입 과정은 매우 쉬워졌습니다. 또한, 생산은 고정식 자동화가 제공할 수 없는 유연성을 요구하고, 안전 표준도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리쇼어링(Reshoring)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현지 자동화는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작업들이 사람의 판단과 기계의 정밀함이 결합될 때 더 향상됩니다. 이는 유럽연합(EU) ‘인더스트리 5.0’ 프레임워크의 전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코봇은 펜스로 둘러싸인 로봇 셀보다 비용이 낮고 통합 작업 부담이 적어, 기존 로보틱스의 가격 장벽에 막혀 있던 중소 제조업체도 자동화 기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비용의 고집적 반도체 기술은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술 성능만으로는 성공적인 도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이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업자는 매일 같은 작업대를 공유하는 기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신뢰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투명성, 예측 가능한 동작, 낮은 소음, 그리고 입증 가능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형성됩니다.

코봇은 어떻게 사람 옆에서 안전하게 일하는가?

코봇은 다층적인 센싱과 제어 기술로 안전을 유지합니다. 깊이 감지, 비전, 힘, 토크, 근접 센서가 작업 공간의 실시간 3차원 그림을 구축하고, 임베디드 프로세서가 모션과 안전 제어 로직을 로컬에서 밀리초 단위로 실행합니다. 로봇이 지켜야 할 힘, 속도, 안전거리 기준은 국제 표준이 규정합니다. 핵심은 2025년 개정된 ISO 10218로, 과거 ISO/TS 15066에 있던 협동 요구사항이 본 표준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안전은 단순히 충돌을 방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장비 제조업체와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제조업체는 위험 평가와 시운전부터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에 이르기까지 장비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 요구사항을 준수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협동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요구사항을 보다 쉽게 충족하고 인증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IEC 61508 SIL3까지 지원하는 인증된 기능 안전 패키지는 장비 제조업체가 기능 안전 인증에 이르는 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로컬 인텔리전스가 가능하게 하는 변화입니다. 센서 데이터가 엣지에서, 즉 센서 위나 그 바로 옆에서 처리되면, 로봇은 단순히 접촉이 발생했을 때 멈추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움직임의 궤적을 읽고, 접촉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조정할 수 있습니다. ST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안전이 점차 센싱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펜스와 안전장벽이라는 기계적인 방식으로 안전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엣지 인텔리전스와 다층적인 인식 기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기반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근거리에서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는 ToF(Time-of-Flight) 깊이 센싱 기술과 머신러닝 코어를 내장한 관성 센서 등이 포함됩니다.

하나의 로봇 팔에는 강한 힘과 섬세함이 공존해야 합니다. 협동로봇은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올린 직후 작업자에게 깨지기 쉬운 부품을 건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터 드라이버는 부하에 맞춰 토크를 지속적으로 조절합니다. 또한 충돌이 아닌 편안함에 관한 설계에는 두 가지 제약이 존재합니다. 표면 온도와 소음입니다. 발열이 적고 거의 무소음으로 작동하는 로봇일수록 신뢰하기 쉽고, 이러한 신뢰가 협업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Lagasca이 언급한 것처럼 “사람과 로봇이 협업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특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코봇은 실시간 센싱, 엣지 지능, 정밀한 모션 제어를 하나로 결합하여 사람 옆에서 안전하게 작동합니다. 로봇은 신뢰할 있는 파트너로서 사람을 보호하고, 자신 있게 환경에 적응하며, 안전하고 협력적인 미래를 만드는 힘을 보탭니다.”

— Allan Lagasca, Smart Industrials, Robotics Worldwide Leader, STMicroelectronics

Infographic korean 4 copy 15

코봇의 가치 창출 분야는 어디인가

가장 강력한 적용 사례는 기계의 일관성과 인간의 판단을 결합하는 작업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코봇이 내장 부품을 위치시키고 붙잡는 동안 작업자가 미세 정렬을 합니다. 전자 산업에서는 반복적인 정밀 조립을 코봇이 맡고 사람은 품질에 집중합니다. 물류센터에서는 직원과 나란히 서서 피킹과 분류 작업을 수행합니다.

현재 코봇은 카테고리의 한계를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가반하중이 25~30kg까지 늘어나면서 팔레타이징도 코봇의 주요 작업이 되었고, 자율이동로봇(AMR)에 장착된 코봇 팔은 작업대 사이를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ST 기술로 구축한 퀄컴 AMR 레퍼런스 플랫폼을 통해 직접 검증한 구성입니다. 또한, AI 비전을 기본 탑재한 신형 코봇도 늘어나면서, 언박싱부터 실전 작업으로 투입까지의 시간도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협동로봇의 내부: ST 코봇을 어떻게 보는가

ST는 협동로봇을 실시간 통합(real-time integration)이 핵심인 시스템으로 봅니다. 센서, 컨트롤러, 모터 드라이버, 전력 전자장치는 하나의 결정론적(deterministic) 시스템처럼 작동해야 합니다. 불과 몇 밀리초의 지연만으로도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대응하는 것과 실제로 충돌하는 것의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티코어 마이크로컨트롤러와 TSN(Time-Sensitive Networking)은 이러한 시스템이 예측 가능하게 동작하도록 지원하며, 고효율 전력단은 로봇 팔의 발열과 소음을 줄여줍니다.

과제는 협동로봇 자체의 성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협동로봇은 기존의 운영기술(OT) 환경에 통합되어 PLC, 드라이브, 머신 컨트롤러, 공장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개방형 연결성과 결정론적 산업용 네트워킹은 협동 자동화를 단순한 파일럿 셀을 넘어 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의 이러한 기술 계층에서 발전 방향은 분명합니다. 모터 제어에 컴퓨팅 기능이 통합되면서 로봇의 각 관절이 하나의 스마트 서브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터 드라이브 자체에 완전한 기능을 갖춘 마이크로컨트롤러가 탑재되어 각 관절이 독립적으로 FOC(Field-Oriented Control) 루프를 실행합니다. 머신러닝 코어를 내장한 산업용 관성 센서는 로봇 팔 관절에 이상이 발생하면 고장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를 감지할 수 있으며, 전용 진동 센서는 이러한 개념을 로봇 팔뿐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장비까지 포함한 전체 로봇 작업 셀의 예지보전으로 확장합니다. 전력 측면에서는 통합형 GaN 파워 스테이지가 팔 내부의 전자 장치를 소형화하고 공유 작업 공간으로 방출되는 열을 줄입니다.

하지만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과제도 발생합니다. 협동로봇이 공장 네트워크에 연결될수록 물리적 안전과 사이버 보안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무단 접근이나 소프트웨어 변조, 통신 침해가 실제 운영 및 안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바이스 인증, 안전한 펌웨어 업데이트, 하드웨어 기반 보호 기능을 갖춘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고려한(secure-by-design) 아키텍처는 대규모 협동로봇 구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반도체 단계부터 IEC 62443와 같은 산업 보안 표준에 부합하는 secure-by-design 아키텍처를 지원해야 합니다.

지금 코봇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 즉, 엣지 인텔리전스, 센서 퓨전, 정밀하고 안전한 모션 제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훨씬 큰 규모로 의존하게 될 기술입니다. 우리는 코봇을 피지컬 AI의 검증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인 규모에 도달하기 전에, 인간과 로봇 간 협업의 신뢰와 안전 그리고 경제성은 코봇의 팔에서 먼저 판가름 날 것입니다. NVIDIA와의 로보틱스 개발 협력은 현재의 코봇에서 쓰이는 바로 그 기술들을 미래의 휴머노이드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휴머노이드 편은 별도의 ST Perspectives 기사에서 다룹니다.)

Infographic korean 4 copy 14

그대로, 함께 일하기

과거의 자동화는 공정에서 사람의 역할을 설계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협동로봇은 이 흐름을 뒤집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업 공간에 기계를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것입니다. 제조업체는 유연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작업자는 반복적이고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중소기업도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게 됩니다.

로보틱스의 미래 10년을 정의하는 것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계가 사람과 얼마나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가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의 승자는 엣지에서의 센싱, 제어, 에너지 효율을 장악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피지컬 AI에 대한 ST의 관점에서 확인하세요.

위로 스크롤